눈 오는 소리
꽤 이른 새벽, 잠에서 깼다.
방 안이 깜깜한 걸 보니
아직 해도 뜨지 않은 것 같고
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니
아직 알람도 울리지 않은 게 분명한데
그냥, 눈이 떠졌다.
조금 더 자보자.
다시 눈을 감고 자세를 고쳐 누워봤지만
좀처럼, 잠이 오지 않았다.
마음 한 켠이 간질간질.
이유를 알 수 없는 한숨이 자꾸만 새어나와 뒤척뒤척.
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일어나버렸다.
그리고 창문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혀 연 순간
눈이, 오고 있었다.
비 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 적은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은데
눈 오는 소리도, 있는 걸까?
마치 이 눈 때문에 잠에서 깬 듯한 느낌.
창문을 열고 고개를 빠끔.
밤새 하얗게 변해버린 거리를 내려다봤다.
한 아저씨가 이 새벽부터 열심히 눈을 끌고 계신다.
그 위로 다시 소복소복 눈이 쌓이고 있는데도 열심히 또 열심히.
한참이나 아저씨의 눈 쓰는 모습을 내려다보다
앗, 추워.
몸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부르르.
다시 창문을 닫고 침대로 돌아왔다.
그런데도 역시
잠은, 다시 오지 않았다.
소복소복,
눈 오는 소리가 들려 오는 듯한 기분.
소복소복,
쓸어도 쓸어도 다시 그 위로 눈 쌓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.
소복소복.
아무리 쓸고 또 쓸어도 내 마음으로 소복소복.
그리움이 쌓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에.